효순이·미선이 15주기를 사흘 앞둔 10일에 의정부시가 주최한 '美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에 가수의 무더기 출연거부로 도중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녹양동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행사는 오후 5~6시 식전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본행사로 슈퍼콘서트가 시작되자마자 첫 무대로 美2사단과 인연이 깊은 가수 인순이가 올라왔다. 그는 곧바로 “앞에 여러 사정이 있는 줄 몰랐다. 오늘 노래를 못할 것 같다. 의정부시민들께 인사만 드리고 내려가겠다. 죄송하다”라면서 퇴장했다.

이어 의정부 출신 가수 구수경이 첫 무대를 열었다. 이후 실내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인기 걸그룹과 가수들을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래퍼 산이, 오마이걸, EXID와 스윗소로우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가수의 무더기 노쇼(no show) 사태가 발생했다.

무대에는 미군 군악대가 올라와 행사를 이어갔다. 이어 의정부 홍보대사 가수 이애란이 무대에 올라와 백세인생 등 메들리곡을 부르고 내려갔다.

이후 크라잉넛 멤버 두 명이 무대에 올라왔다. 이들은 “공연하려고 여기 왔는데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려고 올라왔다. 오늘 공연을 못하는 걸로 (…)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사회자 신영일 아나운서는 “오늘 불가피한 사정으로 예정돼 있던 가수들의 공연이 모두 취소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주최측을 대신해 사과 말씀을 드리며, 의정부 美2사단 창설 백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친다”고 말했다. 본행사가 시작된지 25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 오늘 공연 불가를 언급하는 '크라잉넛' 맴버
▲ 크라잉넛 공연 불가 발표 후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안병용 시장
가수들의 출연거부 사태와 관련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행사 하루 전에 출연 예정인 ‘오마이걸’이 ‘라붐’으로 대체한다고 전해왔다. 걸그룹 ‘EXID’도 악성 댓글이나 소속사를 통해 비방·협박 괴롭힘을 당해 영향이 컸다. 이들 소속사도 가수 출연 이후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안다. 당일에 우리가 손 쓸 틈도 없이 일파만파 나머지 가수들도 출연거부 사태로 퍼졌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행사를 주최한 안병용 의정부시장, 오세창 동두천시장, 미국대사관 관계자,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토마스 밴달 8군사령관, 시어도어 마틴 2사단장, 우현의 한미동맹친선협회장 등이 참석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김동근 부지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의정부지역 시·도의원 일부와 문희상·홍문종 국회의원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행사 전 체육관 입구에서 반대 시위를 벌인 의정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미 양국의 우호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사하는 건 이해한다. 의정부지역만 놓고 보면 지난 60년간 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주민들이 군사보호시설로 각종 규제를 받아 왔고, 기지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 피해를 입었다. 또 미군 범죄로 인해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았다. 의정부시가 시민 혈세로 미군을 위해 잔치를 벌일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군이 주둔지역 주민을 위로해야 이치에 맞는다. 이런 행사는 단체장의 역사 의식이 잘못돼 있거나 자신의 치적을 위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행사장에 참석한 토마스 밴달 8군사령관, 시어도어 마틴 2사단장 부부
 
 
 
 
 
  ▲ 의정부체육관 입구서 콘서트 반대 시위를 펼치는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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