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로다, 넋이로다. 미선이 효순이 넋이로다. 꽃은 피었다가 지건마는 이 꽃은 피지도 못하고 억울하게도 가셨구나. 시방세계 가실 적에 편안히 훨훨 돌아가소! 가신 님은 고이 가고, 남은 님은 푸른세상 만든소서. 아! 헤헤헤에~! 헤헤헤에~! 푸른세상 만드소서! (중략) 넋이로다! 넋이로다! 미선이 효순이 넋이로다! 이승에 태어난 채 15년도 살다 가지 못한, 억울하고도 한 많은 넋이로구나!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중략) 왕생극락 하옵시고, 꽃보다도 아름다운 그곳에서 못다 이룬 공부 이루시고, 못다 한 사랑 많이하소! 행복하소!”

 
양주의 딸, 故 효순·미선의 15주기를 맞아 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추모행사가 13일 양주시 효촌리에서 거행됐다.

행사는 오전 11시 양주 광적면 마을어귀에서 200여 미터의 효순미선로를 따라 효촌리 사고현장의 추모비 앞까지 길놀이로 시작됐다. 길놀이는 효순·미선의 후배들이 영정을 앞세우고, 사회적협동조합 살판 회원들이 만장을 들었다. 앞에는 민예총 풍물굿 회원들이 “자주 오고, 평화 오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사물놀이 가락으로 영정을 인도했다. 그 뒤를 따라 15주기 추모행사 위원들과 정치인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사고현장에서 거행된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즉석에서 “진상을 규명해 효순·미순 한을 풀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유가족과 추모공원 건립회원들은 추모 평화공원 부지에 솟대 세우기에 이어 효순이·미선이 영정에 헌화 의식을 거행했다. 이어 효순 아버지 신현수씨와 미선 아버지 심수복씨를 포함한 15명의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정화수(井花水)를 올렸다. 사회자는 “정화수는 어머니들이 새벽에 첫 우물물을 받아서 객지에 나간 자식들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여성·모성만이 대물림되어 오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포 살판 연구회의 미선·효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살풀이 굿이 시작됐고, 영매의 한 맺힌 위로의 메아리가  유월의 하늘로 퍼져나갔다. 굿은 “생명의 꽃을 피우기 위한” 소지(燒紙) 의식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 민변 권정호 변호사
이 자리에서 ‘평화공원 건립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권정호 변호사는 사고 진상 경과 보고에서 “지난 2003년부터 유가족과 시민의 힘으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의정부지검에 여중생 사망사건 수사기록 정부공개 청구와 2005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기록 분석결과 이 사건은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거나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었음을 확인했다.

주한미군과 한국 검찰은 당시 왼쪽에 사각지대가 있어 두 여중생을 볼 수 없었고 관제병은 두 여중생을 보았지만 운전병과의 통신 장애로 운전병에 알리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기록과 미군들의 진술을 검토해 본 결과 사고 장갑차 운전병은 두 여중생을 볼 수 있었다.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에는 아무런 통신장애가 없었다는 결정적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 장갑차가 도로 반대편 차선에서 고속으로 질주해오던 미군 브래들리 장갑차 행렬과 교행했고, 이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사고차량 행렬의 선도차량에 타고 있던 중대장이 먼저 두 여중생을 발견하고도 사고 차량에 알리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이는 무죄를 선고한 미 군사법정의 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이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의정부지검에 추가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아직도 美육군범죄수사대, 한국 검찰에 보낸 각종 서신을 담은 CD파일, 사건 재현장면을 찍은 검증 비디오테이프, 한국검찰의 현장검증 비디오테이프, 수사자료, 美2사단 법무감실에서 한국검찰에 보낸 미군 수사대 보고서 사본 등 핵심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2005년 7월에 평통사는 유족과 함께 미군 측에도 수사 및 재판공개를 청구했다. 미국정보공개법에 의거해 미8군 사령관에게 미육군CID 수사자료와 재판기록 일체, 중대장 징계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미육군범죄기록센터는 일부 자료만 공개하고, 유족의 구체적 동의가 없었다는 등 비용문제를 구실로 현장검증 비디오테이프 등 핵심자료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에 세워진 두 개의 추모비(조형물)는 두 소녀를 의미하며 전체로는 꽃모양으로 자세히 보면 하나 하나가 촛불 형상이다.

2012년 시민 추모비를 만든 김운성 작가는 “추모비 소녀의 꿈, 효순·미선의 상은 조형물 전체가 촛불이라 할 때 심지 역할을 의미한다”면서 “두 소녀가 자주·평화의 촛불로 부활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故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조양중학교, 2학년)은 지난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 양주군 광적면 효촌2리 56번 지방도로에서 친구들과 생일잔치를 벌이기 위해 갓길을 걸어가던 중 미2사단 44공병대 부교장갑차(AVLM)에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한국 법무부가 미군에 요구한 형사재판 관활권을 거부하고 주한미군 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사고를 낸 미2사단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와 관제병(통신병) 페르난도 니노는 그해 11월에 무죄평결 받았다.

이에 효순·미선의 언니들이 다니던 의정부여고 학생들이 미2사단 정문 앞에서 미군의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날이 저물자 여고생들은 촛불을 들었다. 이들의 눈물은 곧 전국에 전해져 분심(憤心)이 강물처럼 흘렀고 시민들은 이날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이후 촛불 든 100만 시민은 전국에서 “살인미군 처벌, 소파개정”을 외쳤다.

이날 14년 만에 추모제에 참석한 미선의 아버지 심수복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여러분들을 한자리에서 뵈니 먼저 죄송하다. 그동안 여러분들과 뜻을 같이 하지 못한 부덕한 저를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달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긴세월 동안 지켜주신 시민단체 여러분께 정말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오늘의) 계기가 불평등한 한미 소파가 개정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 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헌 신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헌 신부는 추모사에서 “15년이 지났다. 미군 장갑차에 치어 세월을 달리한 효순·미선의 추모식은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을 두 여중생의 혼을 달래고,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다.

나아가 호혜·평등한 한미관계 수립을 염원하는 온 국민의 바램을 받드는 데 있다. 효순·미순의 안타까운 죽음은 당시 범국민적 촛불로 승화됐고 노무현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됐다. 그렇지만 불평등한 한미의 역사적 과제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오늘은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는 평화공원 조성의 첫삽을 뜨는 날이다. 부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정신을 받들어서 추모공원 완공과 진상규명, 소파 개정으로 이땅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달라. 자식을 가슴에 뭍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 정성호 국회의원
정성호 의원은 추모사에서 “15년 전 효순이 미선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푸르러 서글픈 유월의 언덕, 애처러이 헤어진 미선아! 효순아! 손에선 촛불·횃불이 타오를 때 너희들은 바람 실려 피어나리니. 떠돌던 두 소녀의 꿈은 이제야 자리를 잡았지만, 그대들의 꿈은 아직 피어나지 못했다. 그대들이 만든 촛불은 더욱 커졌지만 평화의 횃불은 아직 타오르지 않았다.

식민과 분단, 전쟁이라는 현대사의 무게가 그대들을 짓누르게 해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평화와 통일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 (중략) 두 소녀의 죽음은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두 소녀의 죽음은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제 미국 정부도 깨달아야만 한다. 불평등한 조약을 유지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재판권을 넘어 아직 진행 중인 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위해 환경 조항도 대등하게 고쳐져야 한다. 주권국가로서의 존중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존중이다. 양국 관계의 갈등의 씨앗을 하루빨리 걷어내기 위해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대한민국을 온전한 주권국가로 존중할 때 효순이 미선이 꿈은 이곳 평화공원의 터를 날아올라 양국관계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남북의 대립과 상처가 60여년이 지나도록 치유되지 않고 있다. 남북 갈등만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에게 시대착오적 이념의 딱지 붙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평화통일의 씨앗은 누군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서로를 인정하고 보듬을 때 평화의 씨앗을 품을 수 있다. 같음과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하고 차이를 좁히는 가운데 평화와 통일의 씨앗을 키워나갈 수 있다.

효순이 미선이가 이제 서른살이 됐다. 우리는 그대들을 잊지 않겠다. 부디 아름답고 희망이 피어나는 곳에서 편히 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 이성호 양주시장
추모비 건립에 물심양면의 도움을 준 이성호 양주시장은 “오늘 우리는 효순이 미선이의 고귀한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고인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견뎌온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번 추념식이 우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정호 변호사는 “사고현장 앞 언덕 111평(매입 대금 1억1100만원)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평화공원 건립을 위한 위원 모집은 올 4월부터로 6월 10일 현재 참여한 시민들과 단체의 수는 550명으로 기금은 5400만원을 모았다. 오는 9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면 솟대가 세워진 장소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이재정 국회의원(비례), 임완택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교육장, 평화공원 건립위원회 회원, 추모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 평화공원 조성부지
▲ 씻김굿
 
▲ 故 효순 아버지 신현수씨 정화수 헌배
▲ 故 미선 아버지 심수복씨, 故 효순 아버지 신현수씨 인사
▲ 추모공원 조감도 제막식
▲ 추모객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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