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언어는 격발(擊發)의 언어다. ‘롤랑 바르트(프랑스 철학자)’의 말처럼 모든 정치적 언어는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정파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 집단이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애초부터 우리의 시야에 들어올 일이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틀 속에서 수용한 것을 선택해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인간의 정치적 속성이다.

의정부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김동근 전 경기도 부지사 출판기념회장 지역인사 축사에 민감하게 대응해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는 출판기념회 축사와 관련해 A 전 의정부시 여성단체협의회장에게 사전 선거운동 위반 이유로 지난 1월 23일 구두경고 대신 서면경고했다. 박종철 시의장 역시 1월 31일 오후 4시경 선관위 사무실로 불러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A 여성단체협의회장은 확성장치·마이크 사용 지지 호소(91조), 사전 선거운동(25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 전 회장은 축사에 앞서 “김 전 부지사가 덕계 초·중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축사를 부탁했다”면서 “의정부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이 고장 출신이 구석구석 애정을 가지고 시장을 잘할 수 있지 않냐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고 발언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또 “박종철 시의장 축사 내용 중에 정치적 선전 문구가 있어, 지지 발언이 과했다”면서 “선관위 직원 3명이 현장에 있었고, 복수의 제보자로부터 신고가 있었다. 요즘 선거법 판례는 2016년부터 제3자 입장에서 본다. 과거 전문가 분석에서 이제는 선거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관위 관계자는 “김 부지사가 출판기념회에 앞서 본인이 선거에 나오겠다고 밝혔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출판기념회에서의 지지 발언은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지난해 1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페이스북 등 SNS(누리소통망)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시(365일)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해, 정치인·공직자들을 제외한 일반인의 선거법 인식에 착오가 가능하다. 이래서 선관위의 일개 시민에 대한 서면경고는 과하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美 트럼프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이 트위터라는 것은 선거 전문가와 학자 대부분 지배적 견해다. 오늘날 정치인들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공론장과 마이크는 누리소통망이다. 이처럼 현행 선거법의 협소한 잣대는 적대적 정치 프레임에 이용될 소지가 있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 의장 역시 남경필 도지사, 이필운 안양시장, 박수영 전 경기도지사 등 축사와 마찬가지로 김 부지사의 시장 출마 등 구체적 표현 없이 간접적 비유나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가 이들의 ‘내심의 의사가 정치적 표시 의사’로 일치한 법률적 행위로 해석한다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제약 여지가 있어 보인다. 최근 의정부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출판기념회 찬조 연설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두 분 만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다른 분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장은 출판기념회 축사로 “의정부를 위해 큰 일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먹거리·볼거리·자랑거리 별로 없다. 이런 걸 해결할 수 있는 분이다. 변화와 혁신, 의정부를 새롭게 도약, 통일로 도약 누구입니까. 우리 의정부시민을 사랑하는 김동근 부지사 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축사로 “김 부지사가 지금 새로운 인생을 가면서 이 책을 통해 밝힌 것이 저는 지역에 대한 깊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누구보다도 김 부지사가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어려서부터 이 지역에서 자라고 공무원 생활을 해 애향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몸부림을 시작한 것 같다. 김 부지사 한 사람이 이 지역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 그 지역 발전에 굉장이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수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중략) 당부 겸 염려는 수원은 제가 맹주기 때문에 제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김 부지사는 우리 의정부에서 여러분들이 잘 키워주셔서 다시 수원으로 오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도지사는 영상 메시지로 “김동근 전 부지사 출판기념회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27년 동안 행정 현장 직접 누빈 부 지사님께서 이제는 경기도와 의정부의 발전을 위해 뛰신다고 한다. 이번 7년 만의 귀향, 출발을 통해 김 부지사 의정부사랑 이야기가 여러 곳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동근 전 경기도 부지사 자서전 출판기념회 장면

저작권자 © 의정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